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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9.04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김 부장 편) - 송희구

254p

아내는 고백하듯이 말을 잇는다. 

" 그날 저녁에 왜 아들에게 그렇게 화가 났을까 생각해봤어. 아들이 누군가에게 납치됐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표출한 것인지, 날 걱정시킨 아들에게 화풀이를 한 건지 계속 생각해봤어. 그런데 둘 다 아니더라. 나는 학교 앞에서 아이스크림 들고 기다리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좋은 엄마가 될 기회를 날려버린 것에 대한 억울함이랄까, 그게 제일 크더라고. 결국 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엄마', '아들과 아이스크림 먹으며 같이 하교하는 최고의 엄마'가 되길 원한 나를 위한 거였어."

좋은 아빠라는 이상을 그려놓고, 그 이상에 맞게 아이가 행동해주기를 바라는 나. 그리고 아이가 그와 다르게 행동하거나 떼를 써서 상황이 어그러지면 부글부글 화가 나는 나의 모습이 이 책 아내의 이야기와 같다. 내 딸이 내가 원하는데로 그 그림에 맞게 딱 행동해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그러면서도 로봇과 같이 조종당하는 모습은 싫다는 이중적인 마음이 나에겐 동시에 있다. 같은 행동이라도 내가 아닌 아이들 위한 마음으로 한다면 그 결과는 아주 달라질 것이다. 

 

282p

놈팽이가 따가운 햇볕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 인생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선택의 연속이야. 너 출근할 때 생각해봐.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 내려갈까, 그냥 서 있을까 고민하지. 저 멀리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으면 뛸까, 그냥 다음 거 탈까 고민하잖아. 뛰어가서 탔는데 사람이 많아. 그러면 다음 차 탈 걸, 그러지. 다음 차에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자, 열차에 탔어. 좌석이 하나 남았는데 옆좌석에 덩치 큰 남자가 있어. 좁아도 앉아 갈까, 그냥 서서 갈까 고민하지. 만약에 앉았는데 옆의 덩치남 때문에 불편해. 그러면 그냥 서서 갈 걸, 그런 생각 들거 아니야? 반대로 서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냥 서 있었어. 그런데 사람들이 많아지고 점점 다리가 아파지면 그냥 불편해도 앉아서 갈걸, 할 거 아니야.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르기 마련인데 애초에 그 후회를 할 필요가 없어. 아무도 답을 모르거든. "

아주 쉬운 예인 '짜장 짬뽕 이야기'로 인생의 선택을 설명하는 탁월한 이야기. 짜장을 택하든, 짬뽕을 택하든 결국 우리는 택하지 않았던 다른 한 편을 아쉬워한다. 특히 택한 짜장이 맛이 없다면 더욱 아쉬워한다. 하지만 짬뽕이 더 맛없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애써 외면한다. 그런 아쉬움과 후회는 나의 기존 선택에 대한 책임을 흐려보려는 시도일 수도 있겠다. 애써 다른 쪽을 택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통해 난 다른 것을 할 수도 있었으니, 지금 선택의 결과는 외면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선택을 후회하거나 아쉬워하지 말고,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것을 선택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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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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