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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9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 - 야마다 아키오

한 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정으로 자신이 그 팀에 속해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것은 어느새 대부분의 요즘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 되었다. 누구든지,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경영자도 샐러리맨을 믿기 어려워하고, 샐러리맨도 경영자를 잘 믿지 않는다.
언제 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공포의 시대에,
야마다 아키오의 이야기는 매우 신선하면서도 이런 회사가 정말로 존재하는 건가 하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얼마나 대단한 회사길래 실제 존재하는 회사인가를 의심하느냐고?

 

한 회사를 다니는 샐러리맨이 원하는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원하는 대로 쓰고도 남을 정도로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

자유 시간을 많이 주는 회사?

정리해고 공포에 떨지 않고 평생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회사?

 

놀랍게도 야마다 아키오 사장이 세운 미라이 공업이 그런 회사이다.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으로 시작했으면서 요즘 같은 공포의 시대에 이런 비현실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종신고용하고, 70세가 정년이다.
월급도 대기업 수준으로 주고, 그러면서 연간 140일 휴가를 준다. (14일 휴가가 아니다. 꽥!)

정말 부럽다. (여기서 충분히 부러워하자. 88만원 세대, 이태백이라는 공포에 찌들어 사는 우리는 충분히 부러워할만한 자격이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잠깐만 생각해보자.
이런 욕구가 채워줬기 때문에 샐러리맨이 정말 열심히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짜로 샐러리맨들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것은 뭘까?

진짜는 자기의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과 어떤 대상에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회사와 내가 서로 다른 존재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소속되어 있고,
나에게 의미를 부여해 준다는 느낌.
사실 샐러리맨이, 아니 인간이 진짜로 원하는 건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이 있다.
예전에 어릴 때 읽었던 책이라서 완벽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는 말 못하지만,
전반적인 주제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항상 자유를 부르짖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자유가 주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하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싶어진다.
내가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변화한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자유로부터 도피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 보면, 야마다 사장은 이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가 표현하는 대로, 샐러리맨에게 ‘먹이’를 부족하지 않게 주면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아무리 샐러리맨에게 무한정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해도,
충분한 먹이를 받고 있는 대부분의 샐러리맨은 그 자유를 악용하지 않았다.
특히나 일본과 같은 집단 압력이 존재하는 동양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것은 결국 의식하든 못하든
경영자와 샐러리맨이 서로 적절히 타협하는 것이다.
‘풍족한 먹이’가 보장된다면,
샐러리맨은 오히려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 집단에 충성하고 소속되려 애쓴다.
그것이 자신의 불안을 다독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경영을 부정적으로 보려는 것은 아니다.
적은 월급 주면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공포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에 비하면,
정말 ‘유토피아’와 같은 회사가 아닌가.

하지만, 그 유토피아 이면에 존재하는 ‘불안의 기제’는 인식하고 행동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적어도 진정 자유롭고 싶은 인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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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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