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은 있다, 없다'와 비슷한 종류의 책은 아니다.
사실, 처음에 책을 선택했을 때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선택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오히려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그 밑에 깔려 있는 집단적인 정신세계에 대한 통찰을 통해,
'그럼 우리는?'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쉽지만은 않은 책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미없는 학술서나 교과서와 같은 책은 아니다.
'하얀 빤스, 러브 호텔'과 같은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은근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제목 그대로 일본에 대해 '열광'하고 있다.
한국과 비슷할 것만 같은 바로 이웃 나라 일본의 너무나도 다른 문화 행태와 정신 자세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도대체 왜 그렇게 행동들을 할까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왜 만화에 나오는 여자들이 항상 하얀 빤스를 살짝 보여주는지, 러브호텔은 왜 그렇게 많은 것인지,
왜 그렇게 큰 가슴에 집착을 하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현상들을 파고든다.
그 방식은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인 하얀 빤스에 대해 저자는 '도덕적인 마조히즘'의 문화적인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괴롭힘으로써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는
고도의 심리적인 전략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하얀 빤스의 밑바닥에는 남성불감증이 깔려 있다.
이 불감증의 처절함 가운데 하얀 빤스는 그들의 왜곡된 섹슈얼리티를 보여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하얀 빤스를 보고 즐기지만 그것은 벗겨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런 마조히즘은 살아있는 신의 존재인 천황에 대한 복종으로 이어지고,
일상의 과도한 친절함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분명히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 못하실 것 같다. 이런 얼렁뚱땅 설명으로도 이해하신 당신은 천재 -_-b
원문은 훨씬 명쾌하다. -_-;;)
이와 같은 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저자는 일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말한다.
그런데, 왜 일본에 대해 이야기해봐야 하는 걸까? 우리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힘든 처지에?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옆에 있는 다른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결국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대답을 구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탐구는 우리가 까닭을 알 수 없는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적개심'을 가지고
'홧병'을 앓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코 쉽지는 않은 책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여러 부분에서 즐겁게 웃을 수 있었고, 저자의 은근한 '변태성'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의도처럼,
우리의 문화 이면에 깔린 심리적인 이유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한번, 즐겁게 도전해 보시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