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은 고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군법무관과 검사를 지냈던 사람이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는 아내를 뒷바라지하겠다며 검사직을 떠났던 그는 미국 코넬대 법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지금은 경북대 법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2002년도에 <칼을 쳐서 보습을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기독교 평화주의>를 출간한 바 있다. 

 

헌법의 풍경이라는 제목을 읽고 헌법의 개론을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면 약간은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헌법의 조문들을 가지고 이야기하지만, 저자는 헌법의 조문들 중 그의 생각에 '헌법 정신'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중심으로 사회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부는 법률가와 검찰에 대한 이야기를, 2부는 헌법의 핵심 정신은 무엇인가의 대한 그의 논지를 펼치고 있다. 

 

1부에 나오는 법률가와 검찰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도 검사인 '내부자'로서 보았던 그들만의 일그러진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고, 2부에서 저자는 헌법의 핵심적인 정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3가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술술 잘 읽히는 편이나, 자신의 개인사적인 이야기는 좀 줄이고 헌법에 대해 좀 더 많이 이야기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좀 든다.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이 헌법이라는 게 있다는데 그게 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그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해주기에는 서론이 너무 긴 느낌이랄까. 

 

마음에 남은 구절 몇 가지 남겨 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여전히 법에 의한 통제와 국민 감시의 대상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 권력이 괴물로 변할 경우 그 첨병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검찰입니다. 더군다나 우리 검찰 지도부는 대부분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인권과 거의 담을 쌓고 지내던 조직 분위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입니다. 이들 중 다수는 과거의 옳지 못했던 관행으로부터도 한 때 자유롭지 못했던 사람들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입장을 바꾸었다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의 눈길을 거두어들여서는 안됩니다. '

 

'반대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나라에서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논리가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습니다. 박정희나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아래에서 걸핏하면 북한 공산주의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탄압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원래는 공산주의자들처럼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해주는 것이 사상의 자유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이기도 하지요. '

 

반응형
Posted by 소통
,

이 책은 '일본은 있다, 없다'와 비슷한 종류의 책은 아니다.

사실, 처음에 책을 선택했을 때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선택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오히려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그 밑에 깔려 있는 집단적인 정신세계에 대한 통찰을 통해,

'그럼 우리는?'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쉽지만은 않은 책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미없는 학술서나 교과서와 같은 책은 아니다.

'하얀 빤스, 러브 호텔'과 같은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은근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제목 그대로 일본에 대해 '열광'하고 있다.

 

한국과 비슷할 것만 같은 바로 이웃 나라 일본의 너무나도 다른 문화 행태와 정신 자세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도대체 왜 그렇게 행동들을 할까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왜 만화에 나오는 여자들이 항상 하얀 빤스를 살짝 보여주는지, 러브호텔은 왜 그렇게 많은 것인지,

왜 그렇게 큰 가슴에 집착을 하는 것인지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현상들을 파고든다.

 

그 방식은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인 하얀 빤스에 대해 저자는 '도덕적인 마조히즘'의 문화적인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괴롭힘으로써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는

고도의 심리적인 전략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하얀 빤스의 밑바닥에는 남성불감증이 깔려 있다.

이 불감증의 처절함 가운데 하얀 빤스는 그들의 왜곡된 섹슈얼리티를 보여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하얀 빤스를 보고 즐기지만 그것은 벗겨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런 마조히즘은 살아있는 신의 존재인 천황에 대한 복종으로 이어지고,

일상의 과도한 친절함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분명히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 못하실 것 같다. 이런 얼렁뚱땅 설명으로도 이해하신 당신은 천재 -_-b

원문은 훨씬 명쾌하다. -_-;;)

 

이와 같은 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저자는 일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말한다.

 

그런데, 왜 일본에 대해 이야기해봐야 하는 걸까? 우리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힘든 처지에?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옆에 있는 다른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결국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대답을 구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탐구는 우리가 까닭을 알 수 없는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적개심'을 가지고

'홧병'을 앓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코 쉽지는 않은 책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여러 부분에서 즐겁게 웃을 수 있었고, 저자의 은근한 '변태성'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의도처럼,

우리의 문화 이면에 깔린 심리적인 이유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한번, 즐겁게 도전해 보시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반응형
Posted by 소통
,

<쉽지만 쉽게 읽을 수 없는 책>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이 책보다 먼저 나왔고 7가지 습관을 처음으로 제시했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리더십의 권위자인 프랭클린 코비사의 공동회장인 스티븐 코비가 쓴 책으로,
개인과 대인관계의 성취를 위한 셀프 리더십을 가꾸기 위한 7가지의 중요한 습관을 제시하고 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베스트셀러는 좀 읽어야겠다는 의무감으로도 잘 읽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
중요하면서도 심오한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이 쉬운 것이 아닌데다
두꺼운 책과 쉽게 와닿지 않는 예들로 인해 나는 책을 조금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몇 개월 간 그 두꺼운 책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읽어야 할텐데...'하는 부담을 느끼고만 있었다.

그런데 '성공하는 가족들의 7가지 습관'은 같은 사람이 비슷한 주제로 쓴 책임에도 다 읽어 낼 수 있었다.
우선은 책이 상당히 쉬워졌다.
예전 책과 마찬가지로 7가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철학적인 설명보다는 실제적으로 가족 내에서 겪은 이야기들과 가족들의 인터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쉽게 읽을 수가 있었고, 각각의 습관이 어떻게 가족 내부에서 적용될 것인지를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었다.
이젠 7가지 습관에 대해 많은 이해를 가지게 되었고,
다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읽기에 쉬워진 책이라고 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도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하나 하나의 습관을 읽을 때마다, 이 습관들이 우리 가족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우리 가족은 현재 이 습관과 관련하여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를 계속 생각하고 묵상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통찰을 얻었고, 안에 나오는 몇몇 이야기들을 가족에게 나눌 때 좋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경험을 했다.

내가 좋았던 구절들은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다.

"자책감을 버려. 이것은 네 문제가 아니야. 네가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모님의 문제일 뿐이라고,
두 분을 있는 그대로 도와드리고 사랑할 수 있는 법을 생각해 보아야 해.
그 분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너를 필요로 하니까 말이야."

"가족 내에서는 서로의 다른 점을 참아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차이점을 용납하는 데 머물러서도 안 된다...
이러한 마술과도 같은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런 차이점들을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사물을 두고 서로 다르게 보는 것'은 우리의 유대 관계에 있어서
약점이 아니라 장점이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성공하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을 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그들도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가 가진 목적의 힘으로 하기 싫다는 생각을 극복한다. "

마지막으로, 별점은 다섯 개 만점은 주지 않으려 한다. 별 네 개다.
별을 하나 뺀 이유는, 책 표지 디자인과 내부 구성 때문이다.
내용은 정말 좋지만, 새롭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리뉴얼을 해주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말이다.

반응형
Posted by 소통
,

한 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정으로 자신이 그 팀에 속해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것은 어느새 대부분의 요즘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 되었다. 누구든지,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경영자도 샐러리맨을 믿기 어려워하고, 샐러리맨도 경영자를 잘 믿지 않는다.
언제 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공포의 시대에,
야마다 아키오의 이야기는 매우 신선하면서도 이런 회사가 정말로 존재하는 건가 하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얼마나 대단한 회사길래 실제 존재하는 회사인가를 의심하느냐고?

 

한 회사를 다니는 샐러리맨이 원하는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원하는 대로 쓰고도 남을 정도로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

자유 시간을 많이 주는 회사?

정리해고 공포에 떨지 않고 평생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회사?

 

놀랍게도 야마다 아키오 사장이 세운 미라이 공업이 그런 회사이다.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으로 시작했으면서 요즘 같은 공포의 시대에 이런 비현실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종신고용하고, 70세가 정년이다.
월급도 대기업 수준으로 주고, 그러면서 연간 140일 휴가를 준다. (14일 휴가가 아니다. 꽥!)

정말 부럽다. (여기서 충분히 부러워하자. 88만원 세대, 이태백이라는 공포에 찌들어 사는 우리는 충분히 부러워할만한 자격이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잠깐만 생각해보자.
이런 욕구가 채워줬기 때문에 샐러리맨이 정말 열심히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짜로 샐러리맨들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것은 뭘까?

진짜는 자기의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과 어떤 대상에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회사와 내가 서로 다른 존재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소속되어 있고,
나에게 의미를 부여해 준다는 느낌.
사실 샐러리맨이, 아니 인간이 진짜로 원하는 건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이 있다.
예전에 어릴 때 읽었던 책이라서 완벽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는 말 못하지만,
전반적인 주제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항상 자유를 부르짖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자유가 주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하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싶어진다.
내가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변화한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자유로부터 도피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 보면, 야마다 사장은 이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가 표현하는 대로, 샐러리맨에게 ‘먹이’를 부족하지 않게 주면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아무리 샐러리맨에게 무한정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해도,
충분한 먹이를 받고 있는 대부분의 샐러리맨은 그 자유를 악용하지 않았다.
특히나 일본과 같은 집단 압력이 존재하는 동양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것은 결국 의식하든 못하든
경영자와 샐러리맨이 서로 적절히 타협하는 것이다.
‘풍족한 먹이’가 보장된다면,
샐러리맨은 오히려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 집단에 충성하고 소속되려 애쓴다.
그것이 자신의 불안을 다독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경영을 부정적으로 보려는 것은 아니다.
적은 월급 주면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공포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에 비하면,
정말 ‘유토피아’와 같은 회사가 아닌가.

하지만, 그 유토피아 이면에 존재하는 ‘불안의 기제’는 인식하고 행동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적어도 진정 자유롭고 싶은 인간이라면.

반응형
Posted by 소통
,

칼의 노래 - 김훈

서평 2008. 8. 4. 23:18

이야기는 많이 들었던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탐독했다고도 했던 책이고...

뭐 그런 이야기 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어제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보고 집어들어 훌훌 읽기 시작한 책.

문체가 어렵다느니, 겉멋이 들었다느니 하는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런 문체가 그 당시의 비장하면서도 아이러닉한 분위기를
잘 전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단순히 이순신을 신격화하는 영웅적인 모습만을 그리는 것이 아닌, 두려워하
면서 밤마다 식은 땀을 흘리고, 자기 아들의 죽음에 광에 들어가 숨어서 우는
모습들...의 형상화는 너무나 인간적이기에 너무나 좋았다.

국가 권력과 개인의 충돌과 그 모순의 형상화는 이순신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치열하게 전개되어지고, 그 가운데 벌어지는 전투는 단순히 승리의
기쁨으로 일관되는 것이 아닌, 인간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소소한 기쁨이었던 것은, 단순히 딱딱한 음식들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사이 사이 실소를 짓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조용한 도서관에서 나도 모르게
몇 번 웃게 만들었다는 것.  

                                                                                                       2005/07/28 12:42

반응형
Posted by 소통
,

<충분히 열정적인 대한민국 20대에게 묻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 여행기 류의 책들이 한 곳에 주욱 모여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모여 책을 읽거나 고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떠나고 싶어 하고,
떠나기 위해 어떤 것을 알아야 할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한 편으로는 막상 직접 떠나기는 많이 불안하기에 책으로라도
대리 만족하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은근히 여행기 류의 책이 과잉 생산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 수많은 여행기 중에 읽게 된 이 ‘바이시클 다이어리’는 좀 다른 류의 여행기이다.

이 책은, 기존의 여행기들이 주로 담고 있는 내용인,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고 어떻게 하면 여행을 잘 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정보는 그렇게 많지 않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 좀 색다른 여행기이다.

‘바이시클 다이어리’는 여행에 대한 정보보다는,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미취업(또는 비정규직) 20대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기 자신만의 열정과 꿈을 찾기 위해 현실의 뜨뜻미지근한 상황을 박차고 떠나는
한 청년의 짧은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스물 아홉 살. 마흔 번째 서류전형 탈락. 새벽 6시부터 영어 학원으로 몰래 나서는
패배자같은 본인의 모습에 괴로워하고, 월 80만원을 받는 독서실 총무로 살아가는
현실에 괴로워하는 저자의 모습은 끝이 없어 보이는 우울한 현실 속에 좌절하는
오늘의 20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이런 그에게 도움을 준 멘토는
유럽 자전거 여행을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는 그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이면서 바이크 숍을 운영하는 필중이 아저씨였다.
그들을 통해 저자는 막막해 보이기만 했던 유럽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도전할 수 있는
힘과 정보를 얻게 되었다.
역시 언제나 그렇듯 좋은 멘토를 만나야 성공의 첫 걸음을 디딜 수 있는 법이다.

떠나기 전부터 계속되는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떠난 자전거 여행,
자전거가 고장나고, 말도 통하지 않는 유럽에서 계속해서 길을 잃고,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며 몇 시간이고 페달을 밟는 저자의 모습은
여행 중에 만난 할아버지가 저자의 팔뚝에 썼듯이
이미 ‘열정이 넘치고, 그걸 믿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왜 그는, 아니 우리 대한민국의 20대는 그 열정을 잊어버리고, 믿지 못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여행을 하면서 저자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왜 난 이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그 답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주를 한다.
‘다시 한 번 세상을 배우고 싶어서,’ ‘열정을 찾고 싶어서,’
‘소중한 경험이 될테니까,’ ‘성공의 비결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

그 네덜란드의 할아버지가 지적했듯이 저자는 충분히 열정적이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게 많은 도전을 준다.

하지만, ‘그래서?’가 없어서 좀 아쉽다.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다양한 경험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유럽에까지 나가서 자전거로 여행을 했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20대로서 겪는 현실과 그들과의 삶 사이에서 느꼈을 모순이나,
다시 이 땅에 돌아와 살아가야 할 삶의 변화 가능성의 모색 같은 것들까지 생각할 순 없었을까?

결론이 결국 먼 데까지 여행하고 돌아와서
‘자신의 열정을 찾자. 자기 계발하여 성공하자.’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인가를 아쉬워한다면,
‘행복한 자기 계발 여행기’에 너무 많이 기대하는 것일까?

반응형
Posted by 소통
,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공중그네>를 예전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공중그네>의 특이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나에게, 책 겉에 쓰여진
‘화제의 베스트셀러 <공중 그네> 제 2탄’
이라는 선전 문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면서 약간은 속은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약력만 읽어봐도, 이 책이 실제로는
공중 그네보다 2년 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실상 공중 그네의 전 편인 것이다.

홍보를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조금은 속은 기분이었다.

세련되고 다듬어진 느낌이 나는 <공중그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인물들의 싱싱한 날 것 냄새를
<인더풀>에서는 맡을 수 있어서 만족하긴 했지만,
솔직하게 갔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었다.

각설하고,

<공중그네>와 마찬가지로 <인더풀>은 옴니버스 식 구성으로
5명의 사례를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누군가 계속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에 빠진 도우미,
정말 난감하고 민망할 것 같은 지속 발기증에 걸린 회사원,
스트레스성 컨디션 불량에 수영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남자,
휴대폰 문자에 빠져 휴대폰이 없으면 손에 경련이 생기는 소년,
외출 후 집에 불이 날까 종일 불안해하는 강박증에 걸린 남자까지...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반드시 이러저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고,
반드시 착한 사람이 되어 절대 화를 내면 안 되고,
반드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 속에서 이들의 이상 증세들이 시작된다.

이에 대해 이라부가 제시하는 치료 방법은
‘반드시 이러저러 해야만 하는 것’은 없다는 데에서 시작된다.

어차피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적응을 위해
일정 정도는 자신을 억압할 수밖에 없다.
그 억압 정도가 일정 정도를 넘어서 과도하게 가지 않도록,
우리는 때때로 그 가운데서 벗어나는 주문을 외울 필요가 있다.

그 주문은 이런 것이다.
“가끔씩은 아무려면 어때? 좀 실수하면 어때? 
 다른 사람이랑 나랑 다르면 좀 어때?”

이렇게 자기의 틀을 과감히 깨보는 것.
그것의 중요성을 이라부는 그 뚱뚱한 살을 흔들며 보여주고 있다.
그 과감한 행동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는
책을 직접 읽으면서 낄낄거리는 즐거움이므로 생략하겠다.

직업상 학생들을 상담하고 관리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하고 있는데,
은근히 일정 정도의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만 보이는 그 학생들은
항상 칼이나 가위 같은 물건들을 만지작거린다거나,
자신의 치아를 손가락 등으로 계속 소리가 나도록 친다든가 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런 그들의 행동은
공부 등에 대한 강요가 심한 부모 밑에서 자라났다거나,
본인들 스스로 성적 등에 대한 압박이 심한 경우에 나타나곤 한다.
(물론 성적의 압박만 있는 건 아닌데..우리나라는 성적의 압박이 크다..^^;;;)

그런 학생들이나,
강박에서 자유롭고 싶은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

“시험 좀 망치면 어때?
부모님 좀 실망시켜드리면 어때?
친구와 사이 좀 나빠지면 어때?”

그리고 <인더풀>이나 <공중그네>를 마음으로 깊이 읽어 보고
이제는 그만 자유로워질 것을 권해주고 싶다.

물론 그렇게 쉬운 건 아니지만...^^

세상 일은 일단 시도하는 데서 시작하는 거니까..뭐든지..ㅋㅋ



                                                                                                                   2007.11.02 00:32

반응형
Posted by 소통
,

나는 현재 27살의 나이인 남자 직장인이다.
회사에 들어와 이제 갓 1년이 넘은 햇병아리 직장인...

여기서 잠시 순간적으로 ‘어?’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책 제목에는 분명히 ‘여자야망사전’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왜 남자가 이 책을 읽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테니까..
(아니면 말고...태클 금지!!! ㅋㅋ)

그럼에도 감히(?) 남자인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어디까지나 저자가 전혜성 박사였기 때문이다.

전혜성 박사의 책을 읽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다른 분들에게 추천은 정말 많이 들었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분이라고 들었다.
많은 여성들이 정말 믿고 따를 만한 멘토의 역할을 담당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평소에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었고,
그렇다면 그 리더십은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도 생각하면서,

현재의 직장 속에서의 나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오던 차에
전혜성 박사의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는 참 행운이었다.

게다가 내가 맡고 있는 일이 중고등학생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에게 인생에 대한 꿈과 리더십을 함양해주는 일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책을 받고 처음 들었던 의문은
영어 제목 속의 ‘오센틱(Authentic)’의 뜻이 뭔가 하는 것이었다.

바로 우리의 친구 지식검색에 물어보니
‘진정한, 진짜의, 믿을 만한, 확실한, 출처가 분명한, 근거 있는’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단어였다.
‘여성의 진정한 리더십’이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면 얼추 뜻이 맞을 것 같았다.

여전히 앞에 붙는 ‘여성의’라는 말은 맘에 걸렸지만,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나에게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리더십이라는 애매한 단어를 이렇게 명확하게 정의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혜성 박사가 이야기하는 리더십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정하고, 그 꿈을 실현할 방법을 찾는 것’,

즉 뭔가 이끌고 앞에 나서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는 것(self-leadership)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셀프 리더십이 완성이 되면 결국은 누군가를 이끄는 자리에 설 수 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고....


그리고 또 하나 든 생각은 이 책은 오히려 남자들이 읽어야 되는 책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남자들이 행사하는 리더십에는
상당히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구석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리더십을 보완해줄만한 깨달음이 이 책에는 정말 많이 있었다.

단순히 목표 지향적으로 달려만 가는 파멸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깨닫는 과정을 밟으면서
결국은 ‘덕이 재주를 앞서도록’ 하는 선한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형성하고 있는 자기들만의 세계에서는 정말 알기 어려운 것들이다...ㅠㅠ)

10가지 오센틱 리더십 전략들은
마치 예전에 벤저민 프랭클린이 수첩에 적어 놓고 평생 실천했다는
13가지 덕목과 그 뿌리가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그 야망을 위해서,
내 인생 가운데 자리잡아야할 진정한 리더십을 위해서 이 책은 계속해서 아껴 읽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책이 아담해서 휴대성이 뛰어나다. ㅋㅋㅋ)

반응형
Posted by 소통
,

번역가를 꿈꾸는 젊은 인문학도들에게

-부디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내라는 뜻에서...

번역은 한국어 사용권에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를 존재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행위이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다.

좋은 책 한 권을 번역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라고 하는 거대한
동굴에 등불 하나를 밝히는 일과도 같다. 좋은 번역서 한 권이
국회의원 한 명의 4년 임기 의정 활동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이 일에 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대학원생들에게 번역 하청을 맡긴 교수가 떳떳이 활동하는 사회.
오역과 비문으로 얼룩져 영어 원문보다 더 어려운 번역서가
판치는 사회. 번역가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사회.
이러고도 한국 문화의 미래는 있는가.
번역은 반역이라며 여전히 번역을 외면하겠는가.

---------------------------------------------------------

번역가에 대한 수준 이하의 대우 속에서도 성실한 연구자의 모습을
보여 주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진실성이 뚝뚝 묻어 나온다.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은 존경심이 절로 일어나는 책.
스스로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던가를 반성하게 하는 책이다.

번역에 대한 관심과는 별도로 삶의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


                                                                                                            2006.06.22 14:53

반응형
Posted by 소통
,

뜬구름은 일본이 근대화되면서 쓰여진 일본 최초의 언문 일치 소설이다.
언문 일치 소설이라고 하면 쉽게 생각해 말하는 대로 쓴 소설이겠거니 생각하면 되겠지만,
생각해보면 말하는대로 그래도 쓰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시라...여기선 문학 형식적인 이야기는 생략할테니...ㅋㅋㅋ)


작가인 후타바테이 시메이라는 필명이다. 이 필명의 뜻을 알면 좀 황당하실터인데...ㅋㅋ
이 이름의 뜻은 '뒈져버려라'라는 뜻이다. 꽥!

작가는 일본이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그 시류를 타고 영국까지 직접가서 유학을 한 사람이었는데,
오늘날과 비슷하게 그렇게 유학을 하고 온 사람은
정부에서 관직을 맡는 것이 보통 출세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그는 작가의 길을 택한다.

허허.

그러자...아버지가 작가가 되려면 차라리...
뒈져버리라고 했고...
작가는 그걸로 자기의 필명을 삼은 것이다.
허허...

나름대로 세상과 타협하기 싫은 자신의 이상을 이름으로 나타냈달까...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분명히 자신을 모델로 했을 것임이 틀림없는 주인공은 공부를 정말 잘한 젊은 청년이다.
그래서 관공서에 들어가서 말단직을 맡지만, 소위 '비비기'를 잘 못해서 면직을 당한다.

그에 비해 그의 친구인 한 녀석은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약삭빠르고 아첨도 잘하고 여자도 잘 꼬셔서 나름대로 부장의 총애를 받는다.


주인공은 고향에 늙은 홀어머니를 두고 도시로 나와 숙부의 집에서 사는데,
숙모는 능력이 없어 보이는 그를 마냥 괄시한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은 숙모의 딸을 은근 사모^^하면서 사랑의 애벌레를 키워나간다.


그 와중에 그 약삭빠른 친구가 숙모의 비위를 맞추고
숙모의 딸도 은근히 꼬시면서 주인공만 중간에서 바보가 되고
주인공의 괴로워하는 심리 묘사들이 꽤 치밀하게 전개가 된다..


작가도 쓰면서 주인공에게 너무나 몰입했는지 나머지 끝은
뭔가 이상한 착란 증세로 얼렁뚱땅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분명히 이광수의 '무정'에 깊은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한 그의 작품은
근대 문학사에 있어서 꽤 묵직한 의미를 던져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오늘날에도 꽤 흥미진진하다는 점이다..
2시간도 안 걸려서 다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


                                                                                                        2006.03.30 00:35

반응형
Posted by 소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