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열정적인 대한민국 20대에게 묻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 여행기 류의 책들이 한 곳에 주욱 모여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모여 책을 읽거나 고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떠나고 싶어 하고,
떠나기 위해 어떤 것을 알아야 할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한 편으로는 막상 직접 떠나기는 많이 불안하기에 책으로라도
대리 만족하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은근히 여행기 류의 책이 과잉 생산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 수많은 여행기 중에 읽게 된 이 ‘바이시클 다이어리’는 좀 다른 류의 여행기이다.
이 책은, 기존의 여행기들이 주로 담고 있는 내용인,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고 어떻게 하면 여행을 잘 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정보는 그렇게 많지 않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 좀 색다른 여행기이다.
‘바이시클 다이어리’는 여행에 대한 정보보다는,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미취업(또는 비정규직) 20대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기 자신만의 열정과 꿈을 찾기 위해 현실의 뜨뜻미지근한 상황을 박차고 떠나는
한 청년의 짧은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스물 아홉 살. 마흔 번째 서류전형 탈락. 새벽 6시부터 영어 학원으로 몰래 나서는
패배자같은 본인의 모습에 괴로워하고, 월 80만원을 받는 독서실 총무로 살아가는
현실에 괴로워하는 저자의 모습은 끝이 없어 보이는 우울한 현실 속에 좌절하는
오늘의 20대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이런 그에게 도움을 준 멘토는
유럽 자전거 여행을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는 그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이면서 바이크 숍을 운영하는 필중이 아저씨였다.
그들을 통해 저자는 막막해 보이기만 했던 유럽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도전할 수 있는
힘과 정보를 얻게 되었다.
역시 언제나 그렇듯 좋은 멘토를 만나야 성공의 첫 걸음을 디딜 수 있는 법이다.
떠나기 전부터 계속되는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떠난 자전거 여행,
자전거가 고장나고, 말도 통하지 않는 유럽에서 계속해서 길을 잃고,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며 몇 시간이고 페달을 밟는 저자의 모습은
여행 중에 만난 할아버지가 저자의 팔뚝에 썼듯이
이미 ‘열정이 넘치고, 그걸 믿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왜 그는, 아니 우리 대한민국의 20대는 그 열정을 잊어버리고, 믿지 못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여행을 하면서 저자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왜 난 이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그 답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주를 한다.
‘다시 한 번 세상을 배우고 싶어서,’ ‘열정을 찾고 싶어서,’
‘소중한 경험이 될테니까,’ ‘성공의 비결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
그 네덜란드의 할아버지가 지적했듯이 저자는 충분히 열정적이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게 많은 도전을 준다.
하지만, ‘그래서?’가 없어서 좀 아쉽다.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다양한 경험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유럽에까지 나가서 자전거로 여행을 했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20대로서 겪는 현실과 그들과의 삶 사이에서 느꼈을 모순이나,
다시 이 땅에 돌아와 살아가야 할 삶의 변화 가능성의 모색 같은 것들까지 생각할 순 없었을까?
결론이 결국 먼 데까지 여행하고 돌아와서
‘자신의 열정을 찾자. 자기 계발하여 성공하자.’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인가를 아쉬워한다면,
‘행복한 자기 계발 여행기’에 너무 많이 기대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