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공중그네>를 예전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공중그네>의 특이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나에게, 책 겉에 쓰여진
‘화제의 베스트셀러 <공중 그네> 제 2탄’
이라는 선전 문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면서 약간은 속은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약력만 읽어봐도, 이 책이 실제로는
공중 그네보다 2년 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실상 공중 그네의 전 편인 것이다.
홍보를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조금은 속은 기분이었다.
세련되고 다듬어진 느낌이 나는 <공중그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인물들의 싱싱한 날 것 냄새를
<인더풀>에서는 맡을 수 있어서 만족하긴 했지만,
솔직하게 갔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었다.
각설하고,
<공중그네>와 마찬가지로 <인더풀>은 옴니버스 식 구성으로
5명의 사례를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누군가 계속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에 빠진 도우미,
정말 난감하고 민망할 것 같은 지속 발기증에 걸린 회사원,
스트레스성 컨디션 불량에 수영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남자,
휴대폰 문자에 빠져 휴대폰이 없으면 손에 경련이 생기는 소년,
외출 후 집에 불이 날까 종일 불안해하는 강박증에 걸린 남자까지...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반드시 이러저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고,
반드시 착한 사람이 되어 절대 화를 내면 안 되고,
반드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 속에서 이들의 이상 증세들이 시작된다.
이에 대해 이라부가 제시하는 치료 방법은
‘반드시 이러저러 해야만 하는 것’은 없다는 데에서 시작된다.
어차피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적응을 위해
일정 정도는 자신을 억압할 수밖에 없다.
그 억압 정도가 일정 정도를 넘어서 과도하게 가지 않도록,
우리는 때때로 그 가운데서 벗어나는 주문을 외울 필요가 있다.
그 주문은 이런 것이다.
“가끔씩은 아무려면 어때? 좀 실수하면 어때?
다른 사람이랑 나랑 다르면 좀 어때?”
이렇게 자기의 틀을 과감히 깨보는 것.
그것의 중요성을 이라부는 그 뚱뚱한 살을 흔들며 보여주고 있다.
그 과감한 행동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는
책을 직접 읽으면서 낄낄거리는 즐거움이므로 생략하겠다.
직업상 학생들을 상담하고 관리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하고 있는데,
은근히 일정 정도의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만 보이는 그 학생들은
항상 칼이나 가위 같은 물건들을 만지작거린다거나,
자신의 치아를 손가락 등으로 계속 소리가 나도록 친다든가 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런 그들의 행동은
공부 등에 대한 강요가 심한 부모 밑에서 자라났다거나,
본인들 스스로 성적 등에 대한 압박이 심한 경우에 나타나곤 한다.
(물론 성적의 압박만 있는 건 아닌데..우리나라는 성적의 압박이 크다..^^;;;)
그런 학생들이나,
강박에서 자유롭고 싶은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
“시험 좀 망치면 어때?
부모님 좀 실망시켜드리면 어때?
친구와 사이 좀 나빠지면 어때?”
그리고 <인더풀>이나 <공중그네>를 마음으로 깊이 읽어 보고
이제는 그만 자유로워질 것을 권해주고 싶다.
물론 그렇게 쉬운 건 아니지만...^^
세상 일은 일단 시도하는 데서 시작하는 거니까..뭐든지..ㅋㅋ
2007.11.02 00:32